예수 부활의 기적, 죽음도 꺾지 못한 믿음의 빛, 성녀 체칠리아(영/세실리아) 대리석상 앞에서 마주한 영원의 평화

땀 한 방울 없이 맞선 순교의 순간, 로마 근교 지하무덤인 칼리스토 카타콤베에서 만난 성녀 '체칠리아'의 기적

오래 전 로마 근교를 여행하며 기독교 초기 역사의 깊은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성 칼리스토 카타콤베~! 이곳은 지하 5층? 아마 그 보다 더 깊이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지하 무덤으로,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수많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성녀 체칠리아의 실물 크기 대리석상이었다. 이 대리석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성녀 체칠리아는 AD 200년 경, 그리스도교 박해 시기에도 신앙을 끝까지 지킨 순교자이었다. 그녀는 우상 숭배를 거부하여 알라마키오라는 재판관으로부터 잔혹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재판관은 그녀를 밤새 목욕탕에 가두어 쪄 죽이라는 형을 내렸으나, 성녀 체칠리아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놀랍도록 평온한 모습으로 살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기적에도 불구하고 재판관은 다시 그녀의 참수형을 명하였으나, 사형 집행자가 목을 세 번 내리쳤음에도 목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당시 법에 따라 세 번 이상 목을 내리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성녀는 목이 반쯤 붙은 상태로 3일을 더 살아가며 그 시간 동안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AD 820년 교황 파스칼레 1세는 그녀의 집터에 '산타 체칠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을 건립하여 지하무덤 카타콤베에서 그녀의 유해를 모신뒤 1599년 관을 개봉하자 그녀의 시신이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보존돼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추기경 파올로 스폰드라티의 기록을 토대로 1599년 조각가 스테파노 마데르노가 대리석상을 제작하였다. 조각상 속 체칠리아 성녀는 마치 잠든 듯 평화롭게 고개를 돌려 얼굴을 땅에 기댄 채 옆으로 누워 있었으며, 두 손은 신앙을 상징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손은 세 손가락을 펴서 삼위일체를, 오른손은 검지 하나를 펴서 하느님은 한 분임을 나타내는 듯 보였다.


성녀 체칠리아의 순교 정신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근거하고 있다. 예수의 부활은 신앙에 대한 굳은 믿음과 구원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으며, 죽음 이후에도 새로운 생명이 있음을 확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죽음의 두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신앙을 지키며 순교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의 조각상은 칼리스토 카타콤베 내 지하무덤에서 복제품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원작은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에 모셔져 있다. 그 신비롭고 경건한 모습은 수 세기가 흘렀음에도 여전히 강렬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었다.

카타콤베를 둘러보며 지하 깊숙한 곳에서 당시 신앙인들이 겪었을 고통과 희망을 상상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성녀 체칠리아의 대리석상이 주는 평화와 신앙의 힘을 몸소 느낄 수 있어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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