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겨울의 한파에도 꽃피는 동백꽃의 강인한 아름다움과 로맨스




하얀 눈밭에 상록의 기운을 돋우며 붉은 입술을 드러낸 동백은 겨우내 간직해 온 꽃송이를 봄이 오는 길목에 흩뿌려 헌화한다. 모든 꽃들이 자취를 감춘 겨울, 동백꽃은 마치 피를 토하듯 붉게 피어나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 스스로 목을 꺾어버린다. 

한 해에 3번 피어나는 동백꽃! 한 번은 나뭇가지에서 핏빛으로 봉오리를 맺고, 또 한 번은 온전한 모습으로 낙화한 꽃송이가 땅바닥에서 융단으로 피어나고, 마지막으로 바람기 가득한 청춘 남녀의 가슴속에 뭉게뭉게 피어난다. 

동백꽃은 한겨울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를 맞으며 빠르게는 11월부터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하여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는 겨울꽃이다.

그 뉘를 사모하기에 칼바람 쌩쌩 불어대는 겨울에 그토록 애태워 피어나는가. 뭍으로 떠난 낭군님을 기다리다 해안가에서 숨을 거뒀기에, 기다림을 연장시키려고 무덤가에 피어났다는 애달픈 전설처럼, 혹독한 추위에도 오로지 낭군님 오시기를 기원하며, 피를 토해내는 그리움을 빛깔로 대신하는가보다.

그래서인지 동백꽃은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처절하면서도 로맨틱한 꽃말을 지니고 있다. 엄동설한 한파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청렴’과 ‘절조’라는 뜻도 담고 있어 더욱 더 신비감이 꽃 주변을 맴돈다.




동백은 꽃말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꽃가루받이도 낭만적이다. 나비와 벌이 없는 한겨울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오로지 동박새만이 동백꽃의 꽃가루받이를 대신한다. 동박새는 한겨울에도 싱싱한 꿀을 얻을 수 있어 좋고, 동백꽃은 이로 인해 열매를 맺을 수 있어 좋다. 

옛날 아낙들은 동백열매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발라 윤기를 내곤 했다. 낭군을 기다리며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내렸으리라.

몇 년 전 어느 TV드라마에서 동백꽃이 등장했다. 여인은 말했다. “꽃이 활짝 피지는 않지만 동백꽃을 좋아해요. 동백꽃의 꽃말이 뭔줄 아세요? 꽃말은 ‘당신만을 사랑해’래요. 꽃말처럼 딱 한 마리의 동박새만 받고 저버린대요. 그런 폐쇄성이 좋아요. 아름답잖아요. 그런 사랑하다 죽고 싶어요.” 프로포즈였다. 동백나무 곁에서 사랑고백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 

과거 동백나무는 싱싱한 특색 땜에 마을 주변의 산불을 막아주는 방화림(防火林) 역할을 거뜬히 해냈다. 그렇기에 든든한 사랑의 방어벽으로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어느 대학 교정을 걷다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동백을 만났다. 양지바른 귀퉁이, 무리지어 피어난 동백은 가슴이 설렐 정도로 붉고 고왔다. 고단한 일상에서도 동백꽃 빛깔의 열정을 간직하는 것이 나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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